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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수주부진ㆍ원가공개…'산넘어 산'

  • 작성일2004-07-19
  • 조회수29,818
지난 16일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건설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건설사들은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한 데다 주택과 토목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금융권이 돈줄죄기에 나서는 등 4중고를 겪고 있다. 곧 인력감축을 비롯해 구조조 정에 나서야 할 판이라고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여기다 분양가 원가연동제와 원가 부분공개 등 규제가 내년부터 추가되면 어깨에 짐이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6월중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59.7로 전달에 비해 8.8포인트 하락했다. 두 달 연속 큰 폭 하락세다. CBSI가 100을 초과하면 체 감경기가 전달보다 호전됐음을, 100 미만이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다만 정부가 투기지역 가운데 시세가 안정된 곳에 대해 선별적인 해제를 추진하는 등 경기 연착륙 방안을 내놓을 태세여서 건설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가 주목된다 . ◆ 미분양 속출, 분양가는 하락=A건설사는 미분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 난 4월 수도권에서 분양된 700여 가구 중 아직 40% 정도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최 근 견본주택을 찾는 발길도 뚝 끊겼다.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에 대해 택지비와 정부가 정한 건축비(이윤포함) 기준으로 분양가를 정하는 원가연동제가 내년 초 시행되면 해당 아파트의 분양가가 20~30% 정도 낮아진다는 소식에 청약을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는 탓이다. 이 회사 분양소장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외환위기 때처럼 미분양이 급증해 예상 수익의 30%를 건지기도 힘들 수 있다"고 밝혔다.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던 서울 동시분양에서도 최근 미분양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5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4만5164가구로 전달보다 14.1% 늘었다. 그만큼 비용부담과 자금압박이 심해진다는 얘기다. 건설사들은 특히 원가연동제에 따른 타격을 염려한다. 현재 아파트 평당 건축비는 230만∼240만원 수준이다. 원가연동제 실시 후 정부가 표준건축비를 이 수준까지 올려주고 15% 정도의 이윤을 보장해준다고 해도 수도권 에서 32평형(전용 25.7평) 한 채를 지어 건설사가 낼 수 있는 이익은 각종 부대비 용을 제외하면 700만∼800만원 선에 그친다는 것이 업체들 분석이다. B건설 주택사업담당 임원은 "원가연동제가 실시되면 수도권에서 30평형대 100가구 를 지을 때 10억원의 수익을 내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미분양에 따른 비용상 승 등의 위험을 고려하면 이런 수익성으로는 주택사업을 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 다. ◆ 돈 안남는 토목사업=주택사업 부진을 토목사업로 돌파하려는 건설사도 늘었으 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각종 토목사업에서 발주처 예정가격의 50% 선에서 낙찰되 는 사례는 흔하다. 지난해에만 해도 예정가격의 60∼70% 선에 낙찰됐으나 올 들어 수주경쟁이 더욱 강화됐다. 인력을 놀릴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물량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S건설 담당자는 "최근 토목사업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됐지만 그 나마 경쟁이 심해져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최저가 입찰제 실시공사는 현행 500억원 이상에서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 되고 있다. 공정한 수주ㆍ발주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됐으나 출혈수주에 따른 공 사품질 하락, 수익성 악화 등 부작용도 낳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수주급감, 구조조정 불가피=최근 중견업체 C건설의 수주팀은 거의 일손을 놓고 있다. 아파트 공사 수주를 위해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것과 1년 전과는 딴판이다. 재건축ㆍ오피스텔ㆍ주상복합 규제 강화 등으로 수주할 만한 물량이 급감한 데다 유 동성 확보 차원에서 택지지구를 비롯해 유망지역의 아파트 공사가 아니면 수주를 자제하라는 회사 지침까지 내려졌다. 지난해엔 일주일에 10여 건의 수주문의가 들어왔지만 올해는 2∼3건에 그친다. 이 에 따라 6월말까지 이 회사 수주량도 지난해보다 40% 정도는 줄었으며 올해 주택사 업목표도 연초 1만여 가구에서 5000∼6000가구로 하향 조정됐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건설업체의 국내 건설수주액은 6조600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4% 줄었다. 전반적인 수익성 하락과 수주 감소는 건설업체들을 구조조정으로 내몰고 있다. D건설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다"며 "공사현장 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체 인력 1000여 명 중 5∼10% 정도는 감축 을 해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