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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수도이전 교훈 삼자

  • 작성일2004-06-21
  • 조회수341
정부가 야당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 일정 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 일본 호주 등 외국의 행정수도 이전 사례는 행정수도 이전이 졸속 추진되면 국가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브라질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이전했으나 재원조달을 염두에 두지 않은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수도 이전 이후 40년째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재해위험 회피를 위해 1992년 '국회 등의 이전에 관한 법률'을 만들고 후보지 3곳을 정해 놓았지만 국민합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정치적 타협에 따라 행정수도를 옮긴 호주 등은 아직 수도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최상철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대표는 "국민합의와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정부가 수도이전을 강행하면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박상규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국장은 "외국사례를 보면 국토균형발전 등 신행정수도 건설 목적 달성에는 성공했으나 도시를 제대로 계획하지 못한 사례 가 많았다"면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면밀한 도시계획 수립을 거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행정수도 이전에 사실상 실패한 원인은 표면적으로 경기침체와 지방자 치단체의 반발 때문이다. 수도이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제대로 도출하지 못 했고 시간을 너무 지연시킨 것이 실패로 이어진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의원입법으로 법을 제정할 당시만 해도 행정수도 이전에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일본 경제의 거품이 급속히 꺼지면서 비용문제가 쟁점으로 불거져 여론이 급속 히 악화됐다. 한 전문가는 "현재 일본 여론은 수도이전을 원하기 보다는 오히려 도쿄 중심으 로 뭉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도쿄 빅뱅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은 마당에 대선공약이라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내에서도 "국민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천도를 추진했다가 다음 대통령선거 때 뒤집어지면 국가경제만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 당리당략에 얽매이면 실패한다=호주가 수도를 캔버라로 정한 것은 뉴사우 스웨일스주와 빅토리아주간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국가의 틀이나 경제를 고 려하지 않은 당리당략으로 수도 입지를 정한 탓인지 캔버라는 아직도 행정수도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것 은 국가의 미래보다는 당리당략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 야당 의원은 "지난해 말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국회 를 통과한 것은 충청권 표심 때문"이라며 "수도이전을 반대하던 영남권 한나라 당 의원들이 막판에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은 당파적인 이해에 묶여 국가적인 대사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 재원마련부터 따져라=브라질은 브라질리아 건설에 약 60억달러(7조원 상당 )를 투입했다. 당초 이 자금을 토지매각대금으로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실패하 고 결국 해외차관과 화폐발행으로 조달했다. 이는 결국 외환위기와 혹독한 인 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온국가가 경제위기에 빠져들게 됐다. 일본의 행정수도 이전 실패도 결국 경기침체 와중에 재원조달에 실패했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국가경제위기가 발생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낙관적인 전망만 내놓고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재정 11 조3000억원을 포함해 모두 45조6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재정자금은 건설기간을 감안할 때 매년 1조원 내외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민간부문 자 금조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최대 150조원까지 들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구체적 시행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사전준비는 충분하게, 집행은 신속하게=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이 펴낸 '외 국 사례가 준 교훈' 책자는 "우리의 신행정수도 건설 기간은 말레이시아 푸트 라자야를 고려할 때 최소 15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산업효과까지 감안한 충분한 준비를 거쳐야 수도 이전을 국가적 도약의 계기 로 삼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호주의 경우 입지선정 후 최종후보지를 변경하는 등 입지 선정에 10년이나 걸 리는 등 난맥상을 보여왔고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의 경우 개발기간이 40년 이상 걸리면서 개발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 일부 행정수도는 100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건설이 마무리되지 않은 곳도 있다. 진영환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사전검토를 충분히 하되 의사 결정과 집행은 신 속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살아 있는 도시를 만들라=브라질의 행정수도 브라질리아가 훌륭한 건축물 에도 불구하고 도시건설의 실패사례로 꼽히는 것은 '사람'을 생각하지 않은 도 시설계 탓이다. 정부 관계자는 "브라질리아의 중심지 도로는 16차선에 달해 사람이 신호등을 받고 길을 건너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한다. 자동차 없이는 도시 어느 곳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빈민층 인구 유입이 늘어나며 주변 위성도시의 난개발을 초 래했다. 이 때문에 도시민들을 위한 친환경 설계와 효율적인 도시교통체계 구 축이 신행정수도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는 푸트라자야에 친환경 교통시스템을 도입했다. 반면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는 도시 내부를 연결하는 공공 교통수단이 미흡한 편이다. ◇ 통일 이후 대비해야=파키스탄의 경우 지난 66년 인도한테 빼앗긴 땅 카슈 미르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수도를 인도 국경 부근인 이슬라마바드로 옮겼다. 만약 파키스탄이 카슈미르를 회복하면 이슬라마바드는 국토의 중앙이 된다. 최상철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공동의장은 "통일을 앞둔 상황에서 수도를 남쪽 으로 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만일 충청권으로 수도를 옮겼다가 통일이 되 면 다시 북쪽으로 이전해야 하겠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