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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부동산 ‘신음’…지역업체 분양률 10%도 안돼

  • 작성일2004-07-20
  • 조회수378
15일 오전 10시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I아파트 모델하우스. 계약을 포기해도 위약금 없이 초기 계약금을 모두 돌려준다는 ‘계약금 전액 리콜제’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30분을 지켜보았지만 모델하우스에는 손님이 한 명도 들어가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 해운대구 우동 S아파트. 3월에 입주가 시작됐지만 외관상 누군가 거주하는 흔적이 있는 가구를 찾기 어려웠다. ‘입주 시 이사비 지원 혹은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 지급’ 현수막만 황량하게 걸려 있을 뿐이었다. 인근의 주상복합건물도 ‘썰렁한’ 분위기는 마찬가지. 상가가 분양이 되지 않아 편법으로 아파트 1층에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아 사실상 단란주점 영업을 하는 건물이 7, 8곳에 달했다. 지방 부동산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늘고 기존 아파트 시세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신규 분양가는 되레 높아지는 기현상마저 나타나 실수요자들은 더욱 난감한 상황을 맞고 있다. ▽미분양, 미입주 속출=충청권인 대전을 제외한 지방 광역시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6월말 기준 부산시와 광주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각각 4630, 5728가구로 작년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작년 10∼11월) 이전에 비해 2.5배, 6.7배나 늘었다. 그나마 광역시가 아닌 지방은 비투기과열지구인 탓에 사정이 다소 나은 편. 부산 수영구 민락동 ‘아이파크’ 213가구는 16일 1차 계약 때 40가구만 계약됐다. 분양한 지 6개월이 넘은 해운대구 중동 금호어울림 아파트는 320가구 중 9가구만이 1차 계약됐고 중동 경동메르빌도 203가구 중 160가구에 주인이 없다. 광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북구 본촌동 현진에버빌은 768가구 중 550가구가, 양산동 LG그린자이는 973가구 중 500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 신수의 사무처장은 “그나마 ‘브랜드 파워’가 없는 지역 업체들은 대부분 계약률이 10% 미만”이라며 “투기란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곳이 광주 부동산시장의 특성인데 투기과열지구로 무리하게 묶여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는 일부 단지의 분양이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공급이 줄고 있다. 올 상반기도 당초 20개 사업체가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12개사만 분양에 나섰다. ▽분양가는 오히려 상승=공급물량 확대로 기존 집값은 떨어지지만 분양가는 되레 올라가고 있다. 부산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주부 김수진씨(46·남구 용호동)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40평대 새 집을 분양받으려면 10년 된 헌 집보다 1억원이 더 든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부산의 기존 아파트 시세는 올해 초보다 3∼5% 하락, 가장 비싼 해운대구가 평당 480만원선이다. 그러나 최근 부산진구 남구 동래구 신규 분양가는 평당 730만∼800만원선. 해운대구 수영구 일부는 ‘바다조망’ ‘특급마감재’ 등을 앞세워 800만∼1200만원까지 분양되는 실정이다. 광주 북구도 기존 아파트는 평당 270만원대지만 신규 분양가는 450만∼500만원선, 대구 달서구도 평당 440만원대지만 분양가는 560만∼590만원선에 달한다. 건설업체들은 “경기 악화로 분양을 미루다 보니 이자 등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분양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부산의 아파트 건설 시행업체인 ‘더 감’ 이기성 대표는 “지방 업체들 사이에서는 계약 건수가 ‘내 손 안에 있다(10개 미만이라는 뜻)’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며 “수도 이전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한국의 제2도시’나 ‘주요 광역시’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